* 엄마의 빨래 방망이 소리... *
제가 자랐던 곳은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남의 배를 타는 어부이셨고,
어머니는 저희 6남매를 위해 키우시기 위해
그 작은 몸을 항상 바쁘게 움직이시며
어판장에서 새우를 다듬는 일이며,
청소하는 일 등을 닥치지 않고 일을 하셨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모두 어머니, 아버지의
희생 덕분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제 엄마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엄마는 작은 몸에 작은 키,
그러나 아주 강한 모성애를 지닌 전통적인
우리의 어머니 모습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아버지는 어촌에서 태어나 어촌에서 성장했으나
가난했던 환경 탓에 환갑의 나이까지
남의 고깃배에 몸의 의존하신채
저의 6남매를 위해 비릿한 내음을
몸에 담으신채 살아 오셨습니다.
전 엄마가,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세상을 살고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여고생의 꿈을 키워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바다에 나가계셨고,
어머니는 어시장에 나가서 온갖 잡일을 하시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시는 아버지는
늘상 술에 취해 있었고,
옷에는 고기들의 비늘과
비릿한 내음이 베어 있었습니다.
저희 자식들이 잠자리에 누워
꿈나라에 가있을 시간이면 어머니는
집에 돌아 오셔서 아버지의
비린내 나는 빨래감과 저희들의 교복등을
챙겨서 동네 우물터로 가셔서
빨래를 하시곤 했습니다.
늦은 밤. 동네 어귀에 울려퍼지는
어머니의 구슬픈 빨래 방망이 소리는
언제부터인지 동네 어르신네들에게
작은 자장가 소리로 들렸고,
저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가난의 멍에를 알리는
소리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저는
어머니의 그런 궁색한 모습이 싫었고,
동네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늦게 울려퍼지는 어머니의 빨래 방망이 소리가
궁색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더욱 제가 싫어했던 것은 학교에 등교하면
놀려대는 친구들의 핀잔아닌 핀잔이었습니다.
“네 엄마 빨래 방망이에 귀신 소리가 같이 들어있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는 등
그런 불만은 저로 하여금 더욱 더
어머니의 빨래 방망이 소리를 싫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어느 날 엄마에게
“제발 좀 밤에 빨래하지 말고 낮에 빨래 해.
왜 그렇게 밤에만 빨래해. 엄마 나 창피해서 죽겠어.“
라고 엄마의 가슴에 못을 박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늦은 시간에
엄마의 빨래 방망이 소리를
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이면 아버지의
비린내 나는 빨래들은 항상
깨끗하게 빨아서 빨래줄에 걸려있었고,
제 교복 또한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전 새벽 3시쯤에 화장실을 가기위해 일어났다가
엄마가 소리없이 일어나셔서 빨래감을 들고
밖으로 나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호기심에 엄마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엄마는 어김없이 동네 어귀에 있는
빨래터에 가셔서 얼음짱 같은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시고는
빨래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빨래 방망이를 이용하면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빨래들을 엄마는
자식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것이 싫으셔서
날이 새도록 손으로 비비고, 또 비벼서
빨아 항상 새 옷으로 만들어 놓으셨던 것입니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작은 어깨를 들썩이면서 밤새도록
아빠의 비린내 나는 옷과 저희들의 옷을
깨끗이 빨아 놓으셨던 엄마를 보면서...
전 그 날 이후로 엄마를 졸라 엄마와 같이
빨래 방망이를 사용하며 늦은 밤까지
엄마를 도와 빨래를 했습니다.
친구들의 핀잔도 멀리한 채...
이제 엄마와 아빠는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고,
늙고 병드신 육신만을 안으신채
고향땅 마을에서 두 분만이 살아가고 계십니다.
전 오늘도 세탁기의 우렁찬 빨래 소리를 들으면서
늦은 밤 혼자 소리없이 빨래를 하시던
엄마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세탁기의 소리가 더욱 거칠어 질수록
전 아빠와 저희들을 위해 밤새 손빨래를 하셨던
엄마의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곤 합니다.
지금도 전 깊은 밤이면 어머니가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두들기시던
빨래방망이 소리를 기억해 내면서,
저 또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엄마와 같이 사랑의 빨래방망이 소리를
마음으로 만들어 내 보곤 한답니다.
.
.
.
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 | |